영광스러운 날에, 영광을 업고 용은 태어났다.
지극히 고귀한 존재.
인간을 위해, 자비를 베풀며 살아갈지니.
아침의 해가 하늘을 지키다 하늘 너머로 사라지도록,
자정의 달이 하늘의 안식을 수호하다 다시 사그라들도록.
바람이 불고, 곡식이 여물고, 세상의 모든 이치가 들어맞아,
그곳을 살아가는 것들에게 널리 이로울 수 있도록.
그가 짊어진 대업은 무겁고 먼것이었지만,
고귀한 존재에게서 영광스러운 날에 태어난 용은 그 대업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귀한 존재가 세상의 반을 채운 '인간'을 이해하기에는 실로 어려운 법.
인간과 섞여 살아가 인간을 이롭게 하며 '용'이 아닌 '인간'의 시선을 가르치고,
그럼에도 '용'의 대업을 지켜줄 존재가 필요했다.
무지하지만 성장하는 생물.
끊임없는 가능성을 품고 태어나,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인간은 자라난다.
그런 매력적인 생물이, 고귀한 존재에게 어찌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용은 자신을 성장시켜 줄 '첫 인간'을 골라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지니 마치 인간처럼 그 존재를 갈구하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땐 미숙한 상태에서 미숙한 후계를 그녀에게 짊어지게 만들게 해,
반려와도 같은 '첫 인간'을 인과의 굴레에 다시 보내야 했나니.
그를 창조한 선대는 그것 또한 세계의 이치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욕심으로 피어오르는 그녀를 꺾어 져버리게 만들었으니,
이 모든 것은 자신 안에 있는 야망, 욕망, 질투 등의 온갖 사념들 탓이라 여겨,
자신을 분리하게 이른다.
그리하여 용은
자신 안의 심연을 이 세상 끝, 아무도 오지 않을 곳에 봉인하게 된다.
심연은 이 또한 너이자 나라며 그를 힐난하고 원망하였지만,
인간을 돌봐야 할 고귀한 존재에게는 필요없는 것이라 단정하고 그를 외면했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은 고귀한 존재라 할 지라도 벗어날 수 없는 것.
그에게 다시 사랑스러운 가능성이 나타났으니,
그의 마음 안에 다시 불꽃이 일었다.
아, 고귀한 존재여.
그 시선이 머무는 그곳에
심연도 머무나니.
그 마음의 불꽃에
심연이 눈을 떴다.
심연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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