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그러니까 이게 뭐라고 그리 난리야?"
"야, 말도 마. 니가 이 사람 연주를 안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아?! 노래도 - 옆자리에서 한창 난리 치는 친구를 보며 베이비5는 심드렁하게 아직 열리지 않은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래봤자 노래부르는 인디밴드 애들. 이미 학교에도 태반인데. 그중에 조금 인기 얻은 인디 애가 뭐가 좋다고. 포스터 보니까 얼굴은 반반했지. 아마 얼굴 때문에 얻은 인기에 소속사도 잘만났으니 원래부터 키우던 연습생일거야. 요즘은 인디에서 뜨는게 보기도 좋고 대세니까 그렇게 뜬 애겠지. - 베이비5가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할때 쯤 옆자리로 시커먼 아저씨가 앉았다. 어머 세상에. 이젠 이런 아저씨도 이런걸....-하고 생각하는 사이 그 앞자리로 익숙한 얼굴이 앉았다.
"야...야!슈, 슈거...우, 우리 앞에...슈라이야...슈라이야가..."
"아, 뭐! 슈라이야가 뭐 어쩐다고!! 아잇, 얼른 시작 안하나!"
"아니, 지금 우리 앞에 슈라이야 앉아있다고!! 이 멍청아!!"
아, 슈거 눈은 이미 맛이갔어. 안되겠다. 나라도 슈라이야 사인을 건져야..!! - 베이비5가 황급히 가방을 뒤적거리려는데 그때 어디선가 노래가 시작되었다.
[Shes got tickets to her own show but nobody who wants go
그녀는 자신의 쇼 티켓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아무도 가고싶어하지 않아
and Im stuck sitting in the front row
그리고 난 첫번째 줄에 처박혀서
Im singing along like theres no tomorrow
난 마치 내일이 없는것처럼 노래하고 있어 ]
"어...."
에코와 함께 무대가 열리고 노래가 시작 되었다.
눈앞의 톱스타 슈라이야는 어느샌가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다.
***
"네, 감사합니다. 첫곡은...Tickets 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오프닝 곡으로 나쁘지 않았죠? 아, 일단 제 소개가 먼저였나. 죄송해요 제가 이런 식의 콘서트는.....아니 콘서트는 처음이라-"
능청맞게 멘트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관객들은 사보를 향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고, 사보는 웃으면서 마치 친근한 친구 대하듯 관객들을 대한다. 신기하다. 저 익숙한 미소가 옆에서 사라진지 거진 3개월. 100일이 겨우 넘은 시간이다.그 사이에 저렇게 변하다니. 잠깐 주위를 둘러본다. 이 익숙한 관객들의 상기된 표정. 무대 위가 아닌 이렇게 객석에서 보니 또 새롭다. 이런 경험을 너 때문에 할 줄은. 작년 이맘때의 나는 몰랐지.
"그런데 진짜 떨리네요. 저는 이렇게 큰 무대를-"
크긴 무슨. 만약 슈라이야 자신이 이정도 무대를 쓰게 된다면 콘서트는 고사하고 팬미팅이나 겨우 할까말까한 자리였다. 이런 것 가지고 떤다고 말하다니. 아직 어리구나. -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가을이니까. 음...가을은 외로움에 계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가을을-"
거짓말쟁이. 전에는 가을이 가장 좋다고 했으면서. - 언제부터 저렇게 여우가 되었을까. 슈라이야는 모자챙 너머에 무대위에 앉아있는 능청스러운 사보를 보며 처음 만난 사보를 떠올렸다. 나는 가을이 가장 좋아. 선선하고 조금 건조하고, 기타 울림소리가 가장 좋은 계절이잖아. - 무대 위의 네가 어색하다. 내가 알던 네가 아니다.
'어떻게 그럴수 있지. - 라고 생각 했는데'
그날 어쩌면 나는 너처럼 인정했어야 할지도 몰랐다.
우리는 헤어졌고 끝났다는 사실을.
"자, 그래서 이번 노래는 무언가를 좇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여러분도 헤매지 않고 빨리 찾을수 있길 바래요. maps."
인정하지 못해서 괴로웠고,
그리고 나는 이 자리에서 다시 너의 노래를 듣는다.
[I miss the taste of a sweet life
달콤했던 생활이 그리워
I miss the conversation
그 대화가 그리워
I’m searching for a song tonight
오늘밤 난 노래를 찾고 있어
I’m changing all of the stations
난 채널을 다 뒤지고 있어
I like to think that we had it all
난 우리가 모든 걸 가졌었다고 생각하고 싶어
We drew a map to a better place
우린 더 나은 곳으로 가는 지도를 그렸지
But on that road I took a fall
하지만 그 길에서 난 넘어졌어
Oh, baby, why did you run away?
오 베이비, 넌 왜 달아났어?
I was there for you
난 네 곁에 있었어
In your darkest times
너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I was there for you
난 네 곁에 있었어
In your darkest nights
너의 가장 어두운 밤에
But I wonder where were you
하지만 넌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어
When I was at my worst
내가 최악의 시기에 있었을 때
Down on my knees
내가 패배했던 때에 말야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넌 날 받쳐준다고 말했지
So I wonder where were you
난 네가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어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네가 간 길은 모두 내게 돌아오는 길이야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그래서 난 네게로 가는 지도를 따라가고 있어
The map that leads to you
너에게로 가는 지도
Ain't nothing I can do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The map that leads to you
너에게로 가는 지도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널 따라 따라 따라
The map that leads to you
네게로 가는 지도
Ain't nothing I can do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The map that leads to you
네게로 가는 지도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
콘서트는 흡족했다. 큰 소란이나 사고없이 잘 흘러나갔고 사보가 원하는대로 관객들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듯 흘러가고 있었다. 관객들 반응이 좋다면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소규모로 진행하고 싶어요. 그저 너른 곳에서 나만 이야기하는건 관객도 나도 재미없을거 같으니까. - 라고 말했던 사보가 생각났다. 이것이 사보의 스타일 일수도 있었다. 아마 욕심으로 한 두번 쯤은 큰 콘서트를 마련하고 전국투어도 해볼지 몰라도 그 기본틀은 아마도 이런 분위기로 이어나가야 할 성 싶었다. 그럼 앞으로는 - 이런 생각을 할 쯤에 사보가 말을 이었다.
"그럼 마지막 곡이네요, 벌써. 아....근데 이 곡은 이미 임자가 있어요. 그게 사실...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제 가을을 산 어떤 남자 덕입니다. 웃기죠? 저도 웃겼어요. 그저 공원에서, 그리고 그땐 라이브 바 다녔으니까...라이브 바에서 몇 번 본 아저씨가 갑자기 제 가을을 사겠대요. 그래서 처음엔 무슨 사기꾼인가 했는데....일단 밑질 것도 없겠다 팔았어요. 그랬더니 어느샌가 여기 앉아있게 된 거에요."
그런데요, 그 아저씨라는 사람이 얼마나 막나가는지!! - 관객들 앞에서 제 뒷담을 개구쟁이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사보를 보며 드래곤은 얼굴을 조금 붉혔다. 내가 저정도로 사보를 괴롭혔던가. 그, 그정도까지는 아닌데...-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쯤, 눈에 익숙한 얼굴이 잡혔다. 슈라이야였다.
"....가나?"
".....아."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자리를 빠져나오던 슈라이야가 드래곤과 눈이 마주치자 대번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역시 있었군, 당신. 조그맣게 중얼거리던 슈라이야가 고개를 조금 들어 드래곤을 보더니 말했다.
"뭐. 다 끝난것 같고. 어차피 엔딩곡밖에 안남았으니 이정도면 나름 예의와 의리는 지켰다 싶어서."
".....끝까지 보고가지."
"허, 당신이 무슨 상관-"
슈라이야가 어의없다는 듯 말하는 차에 사보가 계속 말했다.
"그래서 마지막 곡은 그 분을 위한 겁니다. 제 가을을 통째로 구매해 가신 분. 물론 이미 먼저 받으셨으니, 완성본은 여러분과 즐겨도 괜찮겠죠? 마지막 곡입니다."
사보의 멘트를 듣고있다 헛웃음을 터뜨린 슈라이야가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드래곤에게 말했다.
"왜, 염장이라도 질러보겠다 이런 마음이쇼?"
"그게 아니고. 들어보라고. 네가 발견한 이 아이를."
".........."
드래곤의 말에 슈라이야가 못 박힌듯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을때, 사보의 입에서 마지막 곡의 이름이 나왔다.
"Lost Star."
그리고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 기타소리가 춤을 춘다.
[Please, don't see
Just a boy caught up in dreams and fantasies
꿈과 허상에 사로잡힌 소년만을
Reaching out for someone I can't see
볼 수 없는 이를 향해 손을 뻗는
Let's see where we wake up tomorrow
내일 어디서 깨어날 지 보아요
Sometimes are just a one night stand
때론 생각없이 나누는 하룻밤이죠
Cupid's demanding back its arrow
우리의 눈물로
God, tell us the reason
하느님, 이유를 말해주세요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왜 젊음은 젊을 때 허비되나요
It's hunting season
이제 사냥철이고
And the lambs are on the run
양들은 도망치고 있어요
Searching for meaning
의미를 찾아서
But are we all lost stars
우리는 모두 길잃은 별들인가요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애써 어둠을 밝힐 뿐인
Who are we?
우린 누구죠
Just a speck of dust Within the galaxy?
그저 우주의 먼지 한 점일 뿐인가요
If we're not careful Turns into reality
조심하지 않으면 정말 그럴 지도 몰라요
But don't you dare
하지만 설마 당신은
Let our best memories bring you sorrow
우리의 추억을 슬퍼하는데 쓰진 않겠죠
Yesterday I saw a lion kiss a deer
어제 나는 사자가 사슴에게 입맞추는 걸 봤어요
페이지를 넘겨봐요
Maybe we'll find a brand new ending
어쩌면 전혀 새로운 결말을 찾을지도 모르죠
Where we're dancing
거기서 우리는 춤을 춰요
우리의 눈물로
God, tell us the reason
하느님, 이유를 말해주세요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왜 젊음은 젊을 때 허비되나요
It's hunting season
이제 사냥철이고
And the lambs are on the run
양들은 도망치고 있어요
Searching for meaning
의미를 찾아서
But are we all lost stars
우리는 모두 길잃은 별들인가요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애써 어둠을 밝힐 뿐인
I thought I saw you out there crying
당신이 저 밖에서 울부짖는 걸 본 것 같아요
I thought I heard you call my name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짖는 걸 들은 것 같아요
I thought I heard you out there crying
당신이 저 밖에서 울부짖는 걸 들은 것 같아요
But just the same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죠
God,
하느님
give us the reason
우리에게 의미를 주세요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젊음이 헛되이 버려지는 이유를요
It's hunting season
이제 사냥철이고
And this lamb is on the run
지금 이 어린 양은 도망치고 있어요
Searching for meaning
의미를 찾아서
But are we all lost stars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길잃은 별들인가요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애써 어둠을 밝힐 뿐인]
"고맙네."
"....뭐라구요?"
"저 아이를 찾아내고,"
"....."
"저 아이에게, 저 기타를 들려주어서."
"....."
슈라이야는 애써 쓰고 있는 모자밑으로 제 얼굴을 더욱 깊숙하게 감췄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사보는 그의 등 뒤로 외치듯 노래불렀다.
[I thought I saw you out there crying
당신이 저 밖에서 울부짖는 걸 본 것 같아요
I thought I heard you call my name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짖는 걸 들은 것 같아요
I thought I heard you out there crying
당신이 저 밖에서 울부짖는 걸 들은 것 같아요
But are we all lost stars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길잃은 별들인가요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애써 어둠을 밝힐 뿐인
But are we all lost stars
하지만 우리는 모두 길잃은 별들인가요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애써 어둠을 밝힐 뿐인]
***
그리고 가을은 다시 온다.
"안녕하세요, 사보라고 합니다...헤헤...여긴 아직도 사람이 적네요. 그쵸?"
사보의 쑥쓰러운 인사에 공원을 지나치던 몇몇 사람이 멈춰 그의 노래를 기다리다가 박수를 쳤다. 여기저기 휴대폰을 든 사람들의 기대에 가득 찬 속닥거림도 들려왔다.
"저 여기서 처음 노래 불렀었어요. 그래서 다시 왔는데-"
그 이후로 사보는 이제 경호원까지 대동하지 않고서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첫 앨범인 Lost Star는 신인 최초로 음악차트에서 약 4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봄에 낸 두번째 앨범이 이어, 근 10개월 간을 차트 아래서 내려오지 않을정도로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 거리 곳곳마다 사보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사람들의 휴대폰 속에, 컴퓨터에서, 가게 곳곳마다 사보의 노래가 머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여전히 너무나 좋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와 다시 춤추는 가을의 향을 맡는다.
아.
그것은 가을의 향기가 나는 통기타의 노랫소리이다.
드물게 맑고 푸른 하늘과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수가 아름다운 공원의 그림이다.
소년을 갓 벗어난 청년의 길고 하얀 손가락이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저절로 눈을 돌린다.
청년의 손가락과 입이 노래하고, 음이 그려진다.
아.
그것은 파랗다.
청아한 가을의 파란 하늘과 같은 색.
청년의 푸른 재킷과도 같은색.
청년의 금발처럼 눈부시고,
청년의 모자 위를 내리 쬐는 햇빛처럼 찬란하다.
청년은 찬란함 속에서 푸르름을 노래한다.
그리고 그 푸르름의 파장이,
지금, 청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까맣고 어두운 남자의 가슴으로.
지금, 청년 바로 앞에 서서 그 누구보다 가장 멋진 미소를 짓는 그 남자의 가슴으로.
이것은,
결국은 당신을 향할 그 노래.
당신을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
"그럼 시작해볼까요? 즐겁게 부르겠으니, 열심히 들어주세요!"
Lost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