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사보른2015. 10. 8. 13:44
"아, 진짜요?"
"룸메인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같이 사시는구나."
"저희는 항상 퇴근 같이 하시니까 친한 줄만 알았어요."

호기심 많은 여직원들의 재잘거림에 사보는 웃으며 대답했다.

"헤헤, 거의 의형제 수준이죠.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냈던터라 같이 사는데도 문제 없어요."
"그렇구나!"
"친한데 같이 살면 엄청 싸운다던데, 너무 부러워요."

그때 어디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반가운 얼굴이 뾰로통하게 사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에이스."
"집에, 안 가냐?"
"아, 갈거야, 그럼. 그럼."
"어머, 저희가 괜히 붙잡고 있었네요~"
"그럼 대리님 퇴근 잘하세요~연휴까지 끼었으니 앞으로 4일은 대리님 못 뵙겠다"
"아쉬워요~"
"네. 다음주에 뵈요."

***

월급날이라  오랜만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이번에 기대작이라는 영화를 볼까하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며 쇼핑을 제안하는 에이스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팜플렛을 놓는다.

"잠옷 사려고?"
"응. 지금 있는 건 좀...뭔가 더 부드러운 게 없을까 하고."

이리저리 뒤적이다 새하얀 셔츠형 잠옷을 하나 구입했다. 부드러운 면 재질에 넉넉한 길이감이 마음에 들었다. 쇼핑백을 들고 나오니 에이스가 또 제안을 한다.

"그러고보니, 너도 이제 슬슬 넥타이 쓰는게 좋지 않아?"
"그렇지만 셔츠 모두 잠그는 건 역시 조금 이상해 보일 것도 같고..."
"왜, 이제 가을인데. 그러지말고 따라와. 하나 사 줄게."

무난하게 흰 셔츠에 매치해도 어색하지 않은 푸른 넥타이를 골랐다. 노말한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데 막상 사주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보인다.

"하하! 잘 어울리고, 좋네."
"뭐...고마워."
"그래, 그래. 앞으로 쓸 일 많을 텐데 앞으로 잘 하고 다녀. 아, 그나저나...장난감 보러 갈까?"
"엑....하지만...집에도 많고..."
"그렇지만 역시 새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아프다고 했잖아? 저번에..."
"그렇긴 했지.."

조금 찾기 힘든 곳이지만 신기하고 유니크한 것을 많이 들여놓던 가게로 들어간다. 

"역시 이건 좀 더 부드러운게 좋을 것 같다. 이런거라던가."
"아...근데 빨리 망가지지 않을까?"
"그래도 억세지 않은게 좋지. 너도, 나도. 망가지면 버리면 되고. 비싼 물건은 아니잖아? "
"그렇지..."

확실히 억센 것은 힘드니까...- 라고 생각하며 고민중인데 갑자기 장난꾸러기처럼 키득거리던 에이스가 사보에게 다가왔다.

"짠! 이거 봐!"
"!!!! 야!! 내려놔!!!"
"진동기능까지 있어!"

[부우우웅-]

"으아, 진짜!! 빨리 갖다놔라!!"
"왜? 싫어? 되게 유니크하게 생겼는데 살거야!"
"진짜!! 됐고 이거랑 이거나 빨리 계산하고 와."
"어? 이거 떨어졌어?"
"응. 그리고 전에 쓰던건...좀...끈적거리는 게 심해서 싫어."
"그렇구나. 알았어. 먼저 나가 있을거야?"
"....응..."
"부끄럼 타기는.."

***

"먼저 씻을거야?"
"아, 응. 그럴까?"
"...그래. 먼저 씻어."

에이스가 씻으러 간 사이 사보는 새로 산 잠옷을 만지작거렸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얀색은 관리가 까다롭지만 역시 보기 좋으니까. '역시 잠옷은 하얀 게 어울리네.' 라고 말했던 에이스가 생각났다. 새로 산 장난감도 상자에 고이 넣어 놓고, 오늘 바로 쓸 것 같은 것은 침대 위에 올려 놓았다. 이번에 산 녀석은 자국이 좀 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다른 것은 꺼낼까 말까 고민하다 관두었다. 에이스가 알아서 하겠지. 콘솔 위에 있는 화장품 냉장고를 열어 오늘 사온 물건을 넣는다. 사내새끼들끼리 사는 집에 무슨 화장품 냉장고냐고 말하던 에이스가, 이제는 더 좋아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걸 왜....여기다가..."

몇개 안 남았을 익숙한 물건을 보며 얼굴을 붉힌다. 진짜. 넣을게 없다고 뭐 이런걸....이라고 생각하다가 저번의 기억을 더듬는다. 나쁘지...않았지. - 고민하다 오늘 사온 것도 같이 넣는다. 그때 에이스가 나왔다.

"나 씻었어. 너도 씻지 그래?"
"아. 응."

***

"후우..."

피로가 풀리는 뜨거운 물 샤워가 지금으로써는 제격이다. 반신욕도 참 좋아하지만 그건 아직. 일을 치르고 나서 하는 쪽이 더 좋으니까. 전엔 반신욕하고 놀다가 잠들어서 에이스가 많이 실망했었지. 딱 피로가 풀릴정도가 적당하다. 머리를 말릴까 싶었지만 관두고 물기만 대충 털어 낸 후 새로산 잠옷을 걸쳤다. 피부에 닿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거울에 보이는 자신을 한번 점검한 후 숨을 고른다. 문고리를 잡는다.

아.

앞으로 일어난 일들에 심장이 뛴다.

***

[끼이이-]

"나 씻었-"

퍽- 에이스의 발길질에 고꾸라진 사보가 부드러운 카펫 위로 쓰러졌다. 우으...읏....- 바들바들 떨던 사보가 고개만 올려 에이스를 올려다보자 에이스가 말했다.

"뭐가 이리 늦었어."


Posted by 김스팸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