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간다는 것엔 묘한 설레임이 있다.
"....."
사보는 잠든 드래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드래곤에게서 나는 섬유유연제의 냄새가 자신에게도 난다. 같은 샴푸와 트리트먼트 향기가 드래곤의 검고 긴 머리와 자신의 머리카락에도 배어있고, 같은 침대에서 같이 자고 일어난다. 사보가 안정 된 후에도 드래곤은 자연스레 침대로 들어왔고 사보는 당연하게도 옆자리를 비웠다. 침대가 좁다며 다른 침대를 살까 하며 백화점 가구층에서 멈춘 드래곤과 맥주는 그만 사라며 타박하는 자신을 깨달을 때 마다 앞으로도 계속 될 것만 같은 하루하루와 생활에 문득 기시감이 들 때가 생겼다.
바로 지금처럼.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도 하늘은 높고 푸르다.
도시는 붉게 타오르고,
가을은 농익어 짙은 향을 내고 있었다.
곧 수확의 계절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
"그래, 다음은 어디에요?"
"글쎄."
옥상이라도 올라가 볼까. 헬기를 띄울 수 있을정도로 넓다면 소리 울림도 좋아서 좋겠지. - 드래곤이 이제는 자신이 가본 곳이 아닌 다른, 알지못하는 도시의 명소를 찾는 사이 사보는 드래곤의 옆에서 기타를 디링거리며 갸르릉 대었다. 벌써 함께 작업한 곡이 꽤 되어갔다. 10번째 곡을 어디서 작업할까 함께 고민하던 드래곤의 얼굴을 보다 사보가 물었다.
"당신이 처음 섰던 무대, 가보고 싶어요. 어디서 했어요?"
***
[요호호, 요호호! 그리운 이름이지요, 드래곤?]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지요! 아마도 '그'가 한 부탁이겠지요?]
"그렇지. "
[당신의 발자취를 궁금해 하는 루키는 없었는데 말이지요. 참으로 흥미진진하군요.]
녹음 하는 날 꼭 불러주십시오. 보고싶네요. - 드래곤이 처음 '무대'라는 것에 섰던 라이브클럽은 이제는 회사소속이 되어있었다. 물론 평소의 드래곤이라면 이런 말 없이, 예약에 신경쓰지 않고 쓸 수 있었겠지만 현재 드래곤의 처지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드래곤은 결국 부탁할 곳이 브룩뿐이었다. 요호호! 요호호! - 괴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어지고 깊은 숨을 내뱉고 다시 거실로 나가니 소파에 잔뜩 늘어져 멍하니 기타를 디링- 치는 사보가 보였다.
"어떻게 되었어요?"
"....내일."
"우와....몇시?"
"라이브 클럽이라지만....이제는 거의 회사 식구들만 오는 곳이라. 8시 부터. 관객은 없을거다만."
거긴 늘 한적하지. - 드래곤이 그렇게 말하자 사보는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항상 뭔가 관객이 있는 자리에서 노래했었구나.
"별로 상관 없어요."
"그래?"
"사실, 우리 언제부터인가 관객에 신경쓰지 않았어요? 사실 시작은 그렇지 않았잖아요."
"....."
"초심이 필요한거 같아요!"
"그렇지만...."
"드래곤씨, 나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요. 그저..."
".....?"
"....아니에요. 여튼! 아무도 없어도 좋아요."
"...네가 그렇다면야...."
당신이 있잖아요. - 그 마지막 말은 삼킨 채 사보는 웃어야 했다. 절정을 맞은 계절이 두려워진다.
***
"우아...을씨년스럽네."
"그러니까 내가..."
드래곤이 아주 아끼는 장소였다. 여기서 파트너인 이반코프를 처음 만났고, 처음 무대에 서기까지 이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생활했고, 유명세를 얻은 것도 이곳에서 였다. 그런 진한 추억들이 남아, 이반코프와 함께 이 건물을 사들인 것이, 드래곤이 기억하는 자신의 최초의 '충동적인 소비'였다. 물론 그 이후 건물전체를 녹음실로 쓰기도 하고 회의실로 쓰기도 했지만 낡은 탓에 잘 사용하지 않다보니 점점 관리에서도 멀어졌다. 물론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청소업체 때문에 깨끗한 편이었지만 역시 사람이 없는 을씨년스러움은 어쩔수 없었다.
"여기엔 바가 있었지. 아, 아직까지도 회식장소 같은 것으로 쓰기 때문에 맥주는 있다. 그리고-"
"헤에..."
"아 스위치는 이쪽에-"
드래곤은 익숙하게 라이브홀을 움직이며 이것저것을 켜고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내렸다. 어느새 라이브홀은 오늘 저녁에라도 장사를 시작할 것 같은 곳이 되었다.
"뭔가...여기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빈티지한 느낌에-"
"낡았다고 솔직히 말해도 상처 안 받는다."
"아, 그럼 왠지 카드결제도 안 될거 같고,"
"결제 받을 필요가 이젠 없지."
"와이파이도 안 되고."
"...설치할까 생각도 했었다만.."
"그럼 드래곤씨가 그 시절에 불렀던 노래도 들어볼 수 있으려나?"
"...."
"생각해보니, 나만 늘 노래했잖아요? 당신도 들려주세요."
"...노래를 그만둔지가..."
"에이. 여기 오늘은 나 뿐인데."
"....그렇다면야..."
드래곤이 잠시 고민하다가 무대뒤로 잠시 사라졌다. 그리고 먼지가 잔뜩 앉은 하드기타케이스와 함께 돌아왔다. 새까만 우단에 먼지가 뽀얗게 앉으니 이게 원래 우단색이었는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물은 자주 손질했는지, 뚜껑을 열자 말끔한 기타 하나가 드래곤에 손이 이끌려 빠져나왔다.
"이런게 반전매력인가보네요."
"...케이스는 나중에 교체하도록 하지."
자, 그럼...드래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사보를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좋은지 생글생글 웃는 사보를 보니 무대위에서도 가져보지 못한 묵직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때 사보가 말했다.
"아무 노래나 괜찮아요! 저 드래곤씨 젊었을 적 노래 다 들었거든요."
"...!?!?!?"
"특히 1집 앨범 자켓 사진은 정말-"
"제발...더 말하지 말거라."
"그래도....좋았는데. 멋있었어요. 진짜에요."
"....그래, 듣고 싶은 노래가 있나?"
"드래곤씨가 좋은 것이라면 상관 없는데."
드래곤은 낯빛 하나 바뀌지 않았지만 귀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사보는 웃음을 참으며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드래곤씨는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지는구나. 지금 만지면 뜨거울 것만 같다. - 그런 와중에 드래곤은 눈꺼풀을 떴다 감으면 눈물 대신 꿀이라도 흐를 것 같은 달콤한 사보의 눈을 보면서 잠시 고민했다.
"...그렇다면 앨범에는 싣지 못한 노래를 불러주마."
"오!? 그래요?!"
아무도 없는 아지트 같은 라이브 클럽에,
오늘은 청년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Beauty queen of only eighteen
She had some trouble with herself
He was always there to help her
She always belonged to someone else
I drove for miles and miles
And wound up at your door
I've had you so many times but somehow
I want more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Look for the girl with the broken smile
Ask her if she wants to stay awhile
And she will be loved
She will be loved
Tap on my window knock on my door
I want to make you feel beautiful
I know I tend to get so insecure
It doesn't matter anymore
It's not always rainbows and butterflies
It's compromise that moves us along
My heart is full and my door's always open
You come anytime you want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Look for the girl with the broken smile
Ask her if she wants to stay awhile
And she will be loved
She will be loved
I know where you hide
Alone in your car
Know all of the things that make
you who you are
I know that goodbye means nothing at all
Comes back and begs me
to catch her every time she falls
Tap on my window knock on my door
I want to make you feel beautiful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Look for the girl with the broken smile
Ask her if she wants to stay awhile
And she will be loved
She will be loved And she will be loved
yeah
She had some trouble with herself
He was always there to help her
She always belonged to someone else
I drove for miles and miles
And wound up at your door
I've had you so many times but somehow
I want more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Look for the girl with the broken smile
Ask her if she wants to stay awhile
And she will be loved
She will be loved
Tap on my window knock on my door
I want to make you feel beautiful
I know I tend to get so insecure
It doesn't matter anymore
It's not always rainbows and butterflies
It's compromise that moves us along
My heart is full and my door's always open
You come anytime you want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Look for the girl with the broken smile
Ask her if she wants to stay awhile
And she will be loved
She will be loved
I know where you hide
Alone in your car
Know all of the things that make
you who you are
I know that goodbye means nothing at all
Comes back and begs me
to catch her every time she falls
Tap on my window knock on my door
I want to make you feel beautiful
I don't mind spending everyday
Out on your corner in the pouring rain
Look for the girl with the broken smile
Ask her if she wants to stay awhile
And she will be loved
She will be loved And she will be loved
yeah
***
[망설이나요, 드래곤?]
"가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도 조금. 이게 혹시 내 욕심이 아닐까해서."
[요호호, 요호홋! 당신도 망설일때가 있군요. 신기한 현상입니다.]
"너에게는 미안하군. 그렇지만-"
[허나, 저지르셨으니. 책임은 지셔야지요. 저는 '그'의 이 곡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
[또 압니까. 그가 굉장히 좋아할지도.]
"그런가..."
[망설이지 마십시오, 드래곤. 많은 망설임의 순간들이 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지금 망설인다는 것은-]
"....."
[그와 당신에게, 실례입니다.]
그럼 그에게 잘 말씀해주십시오. 기대되는군요. 녹음이. - 브룩과의 통화가 끝난 후 드래곤은 긴 한숨을 쉬곤 방으로 들어갔다. 새까맣게 내려앉은 어둠속에는 만족스럽게 잠이 든 사보를 바라보다 아예 침대에 턱을 괴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이제 이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는 자신과 같은 냄새가 난다.
그의 체취에는 자신이 쓰는 섬유유연제 향이 섞였다.
침대 옆과 품안이 따뜻하고,
불켜진 집안이 익숙해졌다.
우리는 그저 세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저물어 가는 가을이 너무나 아쉽다.
***
Please don't try so hard to say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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