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펑펑 울고있자니 돌연 무서워져서, 몸을 둥글게 말고 점점 구석으로 구석으로 도망가는 꿈을 꾸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안도와 외로움에 온 몸을 떨고 있을 때,

자신의 가까이로 커다란 새가 날아와 앉았다.

그 새가 새가 아닌 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서로를 관찰하는 눈에는 어느새 경계는 사라지고 호기심이 일었다. 그 커다란 등에 올라탔다. 용의 날개가 날아오르고 갖혀있던 어둠은 어둠이 아닌 크고 깊은 구덩이임을 깨닫자,

눈앞에 넓은 세상이 펼쳐졌다.

아.
이 세상은 당신이 준 것이에요.

***

"....."

 언제 돌아왔는지 이제는 조금 자연스럽게 제 옆에서 잠든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웃기지. 함께 잠든 지 일주일이 겨우 넘었는데, 이런 것이 자연스럽다니. 신기하지. 그럼에도 행복하다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어느새 아침을 너머 오후로 달려가고 있었다. 드래곤으로써는 의외일 정도의 늦잠이었다. 깨우고 싶지 않았다. 조심히 침대를 빠져 나온다. 오랜만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신발을 챙겨 신었다. 지갑과 휴대폰을 확인한다.잠시 거울 앞의 자신의 모습을 정리한다. 이거울을 혼자쓰는 것은 처음이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섰지.

[잠시 놀러갔다 올게요. 저녁 먹기 전에는, 돌아올 거에요.]

메세지를 전송하고 문을 열었다.
처음으로 보내는 외출메세지가 어색하다.
부모님께도 보내 본 적 없었는데.

삐릭, 삐리릭.

오랜만에 혼자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

 오후 3시의 도시. 해가 져 가고 애매하게 달궈진 도시는 뜨겁다. 가을의 바람이 차가워도 가을의 강렬한 해가 달궈놓은 도시는 뜨끈뜨끈했다. 드래곤의 집은 꽤 삶의 인프라가 좋은 곳이라 조금만 나가도 공원이, 번화한 상점가가 있었다. 번화한 상점가 사이 사이를 쏘 다녀본다. 마켓마다 저녁 장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빵집도 부산하다. 이제 막 수확되어 나온 새빨간 사과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진열 되어 있었다. 드래곤과 자주가는 카페에 들린다. 평소와 다른 것을 마셔본다. 어머, 오늘은 핫초코 안 드시고? 같이 오시는 커다란 분은? - 글쎄. 오늘은 다른 걸 마시고싶은 기분이라서요. 같이오던 커다란 분은 아직 자요. -사보가 웃으니 바리스타도 함께 웃는다. 어머나, 세상 좋으신 분이네. 아직까지 주무시고. - 사보가 웃으며 종이 컵을 받는다. 오늘은 밀크티. 홍차는 좀 까다로운 편인데 좋은 찻잎을 쓰는지 성공이다. 레퍼토리가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한가로이 떠다니는 백조와 오리 떼를 보며 공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귀에 끼운 이어폰에서는 옛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사보는 요즘 유행하는 노래보다 옛날 노래를 찾아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기에 휴대폰을 본다. 조금 낮선 밴드 이름에 인터넷을 켜 검색한다. 익숙한 이름이 보여 그만 웃고말았다. 아. 드래곤이구나. 젊은 시절의 당신 목소리는 이런 목소리였구나.
 탁하고 굵은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당신이 즐겨 마시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고 강렬하다. 이런 노래를 불렀구나. 그시절의 당신은. - 괜히 보물을 찾은 듯 마음이 들떠 좀 더 검색 해 본다. 그것으로는 모자라 낡은 음반가게에 가 본다. 언제 나왔는지 모를 음반들을 보고, 타이틀 사진 속 젊은 당신을 보고 박장대소 한다. 빈손으로 나와 한 손이 무거워졌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저녁을 향해 흘러간다. 막 구워 따끈따끈 하다고 외치는 빵집아저씨의 목소리에 홀려 크로와상과 마멀레이드를 샀다. 고소한 냄새가 종이봉투를 넘어 코를 간질인다.

이 거리를 이런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던가.

없었던가.

왜 그랬을까?

무엇에 쫒기며 살았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쯤에 띠로롱 메세지가 온다.

[양파수프. 라따뚜이 연어 스테이크. 트라이플.]

뭐지? 라고 생각할때 쯤에 당신의 본심이 나온다.

[늦니?]

웃음이 터진다.

아뇨. 
늦지 않을거에요.
저녁 먹을 시간이잖아요.

기분 좋게 답변한다.

[아뇨. 들어갈게요. 크로와상이랑 마멀레이드를 샀어요.]

구운지 얼마 안 되서 따뜻해요. - 그렇게 무서운 양손의 짐을 들고 잠시 서 있던 자리를 떴다.

돌아가자.
집으로.

***

"후! 진짜 엄청 먹었네요."
"그래?"
"연어스케이크 진짜 맛있었어요. 껍질도 바삭바삭..."
"다행이군. 마음에 들었다니."
"헤헤..."
"크로와상도 좋았단다. 마멀레이드도."
"....드래곤씨."
"음?"
"나 요즘은 노래, 안 만들었잖아요?"
"....."
"근데 오늘 밖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이 잔뜩 떠올랐어요."

 소파에 늘어져 있던 사보가 벌떡 일어나 작업실로 들어갔다. 드래곤은 들고 있던 코냑을 어색하게 내려놓으며 소파에 앉아 사보를 기다렸다. 얼마가지 않아 사보가 기타를 메고 돌아왔다. 잇차, 그리고 드래곤의 어깨에 기대어 코드를 잡는다.

그리고 노래 부른다.


When you were asleep 
And I was out walking 
The voices started to speak 
And they wouldn't stop talking 
There were signs all around 
It really got my mind racing 
You were right all along 
Something's gotta change 
Hold on 
Hold on they're not for me 
Hold on 
Cause everything's
coming up roses 
Roses 
We were back on the street 
Found a song that's worth singing 
The blur that knows a defeat 
While your victory bell's ringing 
My whole life's turned around 
For this thing you keep chasing 
You were right all along 
But it's me who's got to change 
Hold on 
Hold on they're not for me 
Hold on 
Cause everything's
coming up roses 
Hold on Hold on 
Aaahhh 
Hold on Hold on 
Aaahhh 
Hold on Hold on 
Hold on Hold on 
Aaahhh 
Hold on Hold on 
Aaahhh 
Hold on Hold on 
Aaahhh 
Hold on Hold on 
Hold on 
Hold on they're not for me 
Hold on 
Cause everything's coming up
Roses 
Everything's coming up roses 
Everything's coming up roses 
Hold on Hold on 
Roses 
Hold on Hold on 
Everything's coming up roses 
Hold on Hold on 
Everything's coming up roses 
Hold on Hold on 
Roses 
Hold on Hold on 

***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
"드래곤씨가 젊었을때 썼던 기타...써봐도 될까요?"
"...그래. 아직도 괜찮은 녀석이 있으니 물려주마."

***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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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스팸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