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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온 예정작] 버려지는 것은 인형의 탓이 아니다 샘플 -도플코라-
김스팸팸
2016. 2. 18. 00:32
돈키호테 로시난테가 처음으로 잃어버린 형인 돈키호테 도플라밍고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흉악 범죄자 브리핑에서였다.
어린시절, 기득권층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렸지만 세상물정 모르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평민으로 돌아가 살아보고자 했던 아버지의 실패로 지독한 가난, 기득권층에 반감을 가진 자들로 인한 폭행, 그리고 그 와중에 병을 얻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족은 파괴되었다. 형이었던 도플라밍고는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이고 로시난테와 함께 다시 돌아가 어떻게든 다시 삶을 이어보고자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친척들의 차가운 등돌림 뿐이었다. 설상가상 도플라밍고와 길거리를 전전하다 서로 헤어지게 된 로시난테는 길거리를 헤매이다 해군이 지원하는 고아원에 들어가 해군이 되었다.
도플라밍고가 아버지를 직접 살하는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로시난테는 흉악범죄자 리스트에 오른 형의 이름을 보고 혀를 찼다. 이런 날이 올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돈키호테라는 성은 특이, 아니 거의 존재하지 않는 성이었으므로 형의 이름이 떠오르자, 모든 동료들의 눈이 로시난테에게 꽂히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차였다. 로시난테는 동료들의 시선을 피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런 그를 상사이자, 은인과 같은 센고쿠의 연락을 받고 다시 방에서 나온 것은 그날 저녁의 일이었다.
"그래, 괜찮겠느냐. 정말로..."
"예. 어찌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군의 입장에서는..."
로시난테가 씁쓸하게 웃자 센고쿠도 마음이 씁쓸해졌다. 돈키호테 도플라밍고의 소재지를 알았으니 적당한 녀석 하나를 그의 패밀리에 첩자로 들이라는 명령이었고, 굳이 상층부에서 지정한 사람이 지금 바로 센고쿠의 눈앞에 있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친동생.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는 절대 그를 밀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시난테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를 돌아 돌아갔다.
그리고 그것이 센고쿠가 볼수 있는 로시난테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패밀리에서의 적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쉬웠다. 도플라밍고는 세월이 흘러 변했어도 단 하나의 동생을 바로 알아보았다. 순식간에 밝아진 표정에 로시난테는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일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기분을 느꼈다.
일단 로시난테는 쓸데 없는 유책을 피하기 위해 실어증에 걸린 사람이 되기로 했다. 물론 그런 장애를 안고 있다고 해서, 도플라밍고가 친동생을 내칠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간 관찰해온 바,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는 생각보다 악랄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악랄함이 상대적이라고 해야하나.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는 이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꽤 큰 사이즈의 마피아 조직의 보스였으며 그의 패밀리인 조직원들을 끔찍히도 아꼈다.
로시난테, 아니 이젠 조직의 2인자가 된 코라손은 그런 그의 형의 모습에서 따뜻했던 시절의 아버지가 떠오른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다른형태의 사랑이라도, 사랑은 사랑이니까.
그래서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것은 도피가 처한 상황과 자신의 능력 탓일지도 몰랐다.
도플라밍고는 센티넬이고 특별했으며 능력자였다. 그것도 꽤 강한.
그는 그의 필드 안에서 제왕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실처럼 만들어 그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많은 사람들은 도플라밍고의 능력을 잠시 잠깐 하찮은 것이라 생각하여 무시했지만 그것은 보통의 실이 아니니 그것이 문제였다. 힘을 가진 실은 살상 무기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도륙내고 다녔고, 그와 함께 도플라밍고 패밀리의 세력과 재력은 늘어만 갔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약점이라면, 그를 감당할 가이드가 없다는 점이었다.
센티넬이라는 존재들은 힘의 크기와 비례하여 오는 후폭풍이 있다. 그것은 마치 몸에 쌓이는 피로와 같은 것으로 그것을 풀기위해서는 가이드와의 신체적 접촉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신체적 첩촉, 그것을 넘어 성접촉으로도 도플라밍고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가이드의 힘을 가진 접대부는 이미 여럿있었고 개중에는 힘이 강한 자가 있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도플라밍고는 언제나 의연했고 강인했다. 정점에 오른 강자의 여유. 절대 최선을 다함이 없는 오만. 하지만 언제나 승리의 여신을 등에 진 그 행운이자 능력.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도플라밍고를 만든 듯 했다.
***
그런 그의 허세를 깨달은 것은 그가 오랜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날의 밤의 일이었다.
[보스는 이런 밤이면 방에 그 어떤 누구도 들이지 않으셔.]
조라의 말에도 코라손은 너무나 신경쓰이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에 도플라밍고의 방을 찾았다. 거대한 방은 싸늘하고 조용했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방에 있다고 들었는데 없는 것일까. 그때였다.
"누구냐."
"...."
"아아...코라손이냐."
후우...다소 숨가쁜 한숨에 코라손은 점점 일이 뒤틀려가는 것을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도플라밍고에게 다가갔다. 도플라밍고는 평소의 건강한 혈색이 도는 피부와 달리 온 몸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곁에는 사람이 아닌 술과 약병들이 즐비했다. 아. 가이드 대신 가이드와 접촉효과를 내는 약이 있었다고 했던가. 효과가 미미하다고 들었는데. 의외의 모습이었다.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하자. 지금 내가...."
"...."
"코라손?"
왜 일까.
자신도 모르는 그 충동적인 움직임은 마치 영화처럼 도플라밍고와 로시난테의 시야에 맺혀 가까이 다가와 심장에 박혀왔다. 이유를 모른채 형을 끌어안은 로시난테와 이유도 모른채 동생에게 안긴 도플라밍고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다 형제로써는 꽤나 배덕한 짓을 하고 말았다.
"로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커다란 방에 녹아 먼지처럼 사라질 것만 같다.
알 수 없는 충동에 로시난테는 이성을 놓았다.
***
"흐응, 끄응..."
"....신음, 소리는, 낼, 수 있구나. 아픈 것 이냐?"
아프진 않아. 이상해. 아니, 아픈것도 같아. -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 남은 그의 이성이 아닌 임무에 대한 책임감은 그의 성대를 굳세게 쥐었다. 코라손이 고개를 젓자, 도플라밍고가 쓰게 웃으며 코라손의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
"미안, 넣으마."
뭘? 어디에? - 지금까지 손가락이 드나들던 무언가 들어가는 것이 매우 어색한 곳에 도플라밍고가 들어찼다. 조금씩 천천히 들어차가자, 코라손이 온몸을 뒤틀며 경련했다. 손가락 겨우 세개로 비할 것이 아니었다. 눈 앞이 새하얘지는, 처음 느끼는 고통어린 감각에 도플라밍고의 날개뼈에 걸친 손에 힘이 들어갔다. 크윽, 녀석. 말을 못하니 곤란하구나. 천천히 하마. -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로시난테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충동적으로 그를 안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비밀 중 하나를 꺼냈다.
자신이 가이드라는 사실을.
가이드가 절실한 상황의 도플라밍고로써는 망설일 시간도 없이 코라손을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고, 코라손은 기꺼이 그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그것이 흘러 흘러 그들 뒤의 침대로 애무로, 콘솔에 대충 놓여있던 차가운 알로에젤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일로 번질줄은 정말로 몰랐다.
코라손은 남자였고, 도플라밍고의 동생이었으니까.
그랬으니까.
기분이 나빠야 할 터였다. 형제간의 관계라니. 밀어내야했다.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언제나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던 그 눈이, 절박한 눈이. 어머니를 닮은 같은 모양의 눈이. - 정신없이 서로의 옷을 벗기고 숨을 몰아쉬어 다시 서로의 입술을 맞췄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허나 지금 이 상황에 누가 이들을 멈출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