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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사보]연반으로 과외선생과 학생

김스팸팸 2015. 10. 29. 01:10
"몽키 D 드래곤이라 합니다."
"아...반가워...드래곤."

어른스럽다.

사보가 처음 드래곤을 바라본 인상은 그랬다. 정갈한 블레이져의 남자아이. 자신보다 5살이나 어리지만 키는 배는 크고 각종 호신술로 다져진 몸매는 다부지다. 에이스의 소개로 만난 첫 남자 과외생인 드래곤은 사보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

"....모르는게 없어서, 내가 의미가 있나 싶다."
"아닙니다. 저는 아직 배울 점도 많고 선생님이 다니시는 학교를 지향하고 있으니-"

진중한 성격에 이미 선행학습도 훌륭히 마친상태이며 무엇보다 독서량이 상상을 초월할정도이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독파한 많은 책들. 그로 인한 풍부한 지식. 학부모인 가프씨의 말을 사보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과외라 생각하지 말고, 옆집 동생과 놀아준다고 생각하게나. 그 아이에게 굳이 자네를 붙인 이유는 혹시라도..그...저...섬세한 시기니까...난 일이 바빠 옆에 있어주질 못하니..'

에이스에게 맡기시지 그랬어요. - 라고 웃으며 물으니 그녀석에게 맡겼더니 복싱이며 유도며 온갖 운동만 가르치지 뭔가. - 하며 투덜대셨다. 가프씨는 드래곤이 해군에 지원하길 바랬지만, 드래곤의 진로는 이미 법학쪽으로 굳혀진듯 했다.

"그러므로 나는 이 노자의 주장에서-"

처음으로 학교 교양시간에도 못해 본 책에 대한 토론을 나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이 덩치 큰 아이가 우린 홍차는 지금껏 마셨던 고급 티룸의 홍차들보다 훨씬 맛이 좋다. 여러가지 분야의 책을 독파해 지식도 풍부했다. 그러니 드래곤에게는 토론 상대, 집에 혼자 들어왔을 때 함께 해 줄 책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필요했고, 그것이 자신인 것은 꽤 만족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어느새 다섯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가끔 학교에서 겪은 서운한 일들을, 삶의 피곤함과 괴로움등의 자신도 모르게 기대게 되며 가까워진 어느 날,

드래곤이 물었다.

"선생님."
"응?"
"키스는....어떤 느낌이에요?"

***

"읍, 흐음, 후아-"
"후우....한번만...더...해도...."
"....응.."

아. 이런 게 사랑의 색이구나.

발간 노을에 얼룩진 사보의 노랗고 붉은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감싸며 드래곤은 그렇게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딸기맛으로 기억된다는 첫키스. 드래곤에는 향과 맛, 또는 촉감이 아닌 색으로 기억되었다.

그것은 노랗고 붉은 빛이다.

세상을 물들이는 붉은 석양의 빛.
그리고 그 빛에 물든 얇은 황금같은 머리카락,

그것의 빛.

다시 입술이 먹혀 들어간다.
붉은 혀가 얽힌다.


그것은 뜨겁고,
자극 또한 너무나 강하고 짜릿하다.

이렇게도 강렬한 것이다.

***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 - 그렇게 대답했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지금껏 거쳐온 무수한 여학생들의 질문에 사보는 웃으면서 '됐고 책이나 펴지.' 를 시전할 수 있을 만큼 냉정한 사람이었다.

'모, 몰라. 그런 것.'
'.....그렇구나. 그러면...'

내가 해 봐도, 괜찮을까요?

어떤 것이? 무엇이? - 그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주인의 의지와 달리 움직이는 고개가 끄덕였다. 평소와 같이 진중한 눈의 드래곤이 다가왔고, 희미한 섬유유연제 향이 나는 드래곤의 손이 턱에 닿을때야, 그 뜨거운 느낌에 정신이 파드득 들었다. 얼굴이 다가왔다. 그리고 헤집었다. 눈앞을, 마음을, 그리고 그 순간을.

"미쳤어, 미쳤어."

5살이나 어린,
동성의,

학생에게.

뜨겁게 다가오는 자극과 감정이 이성을 지져 없애버렸다.

***

드래곤의 지적 호기심은 지금껏 추구하는 것과는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호기심은 점점 사보의 몸을 타고 흘렀다. 오늘 학교에서 아이들이 포르노를 보았어요. 여자는 유두에 신경이 몰려있는 지 굉장히 고통스러워 하더군요. 그런데 친구들은 그런 게 아니라고 했어요. 확실히 점점 여자가 발정하던데, 남자도 그렇다고 했어요.

사실인가요?

"웃, 우웃.....끄흠..."
"어때요...?"
"모, 모르겠....끄흣....아파..."
"역시 통각은 성적 흥분에 도움이 된다는 건 거짓-"
"흐야악?!"
"....."
"가, 갑자기 꼬집어서 그래. 갑자기..."
"-은 아닌가보군요."
"그 전에...난 네 실험체가 아니야, 드래곤."
"그렇지만...이런 궁금증을 물어볼 곳이,"
"그래, 그래. 그런데...사실 나도 잘 몰라."
"...."
"나도 여자 안 만나봤고, 접촉은 더더욱 안해봤고..."
"그럼 남자는...해보셨다는....그런...?"


드래곤의 커다란, 아까까지만해도 사보의 유두 끝을 문지르고 꼬집으며 장난치던 그 손이 우뚝 멈췄다. 뭐, 뭐야. 왜 이야기가 그렇게 튀지. 당황한 사보의 목에서 새된 목소리가 터졌다.

"그, 그게, 무슨, 무슨, 무슨 소리야!!"
"....죄송합니다. 실언이에요."
".....놔주지 않을 래?"
"...죄송합니다."
"그...저....음. 맞아. 그냥 여자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와 건전한 이성관계를 유지하다가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때-"

드래곤이 다른 작은 아가씨와 사귀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선생님?"
"....어?"

알수 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
"아, 이건, 그런 게 아니고..."

드래곤의 손이 다시 턱에 닿았다.

이것만큼은 밀어낼 수가 없었다.

***

"그래서 말이야, 내가, 이 내가! 다섯살이나 어린녀석에게 말이야...!"
"야야야, 그만 마셔라. 응? 알았다고, 알았다고..."
"크흐엉어엉....드래곤...미안해..."
"뭐가 미안해. 좋아 하는게, 왜 미안해, 바보야."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사보의 절규가 조용히 묻혔다. 치익 거리는 고기 굽는 소리와 챙그랑 잔이 부딛치는 소리가 어지럽다. 에이스의 긴 한숨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오늘 드래곤은 동아리 활동으로 늦게 끝나는 날이니 에이스와 식사나 하자는 자리에서 맥주를 시킨것이 화근이었다. 술을 지독하게도 못 마시는 사보는 오늘 따라 술이 잘 받는지 연거푸 목으로 그 싸한 알콜을 삼켰다. 이새끼 괜찮은 걸까....- 그러다 시계를 본 에이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야, 사보. 사보! 근데 너 오늘 과외있는...야!! 아, 진짜! 여기서 이렇게 맛 가버리면 야!!"
"가야지...그래....과외....우리...드래곤...."

드래곤....드래곤....- 점점 의식이 깜빡이다 눈이 감겼다.

***

[여보세요.]
"아....혹시 사보 선생님 휴대폰 아닙니까."
[아, 드래곤. 나야. 나.]
"....? 에이스...형?"
[응. 나. 어쩌냐. 오늘 사보 내가 데리고 간다. 술을 왕창 마셔서...야야야!! 잘 좀 누워봐....]
[에이스...벗겨줘...]
[아 쫌, 그런건 네가 알아서...!! 여튼 그렇게되었어. 미안! 어..오늘은 걍 쉬어야겠다. 과외.]
"......."
[에이스...내 속옷 어디있어?]
[여기가 니네집이냐! 저기 왼쪽 서랍... 바보야!! 일단 씻고....어휴, 내가 벗겨줄게, 기다려봐...야야야야야!!!!! 이, 일단 끊는다. 드래곤.]

뚜. 뚜뚜...뚜뚜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그저 친한 사이다.

뚜뚜뚜. 뚜뚜뚜뚜...

침착하게 생각하자. 그와 그는 그저 친한 사이일 뿐이다.

뚜뚜뚜, 뚜뚜뚜뚜....

[몰, 몰라...그런거...]
[아, 나는 에이스가-]
[아, 그 영화, 확실히 에이스와 봤었지.]
[아, 이부분은 에이스도 좀 읽어야해.]

뚜뚜, 뚜뚜뚜뚜-

[드래곤, 나는-]

'네가 다른 사람의 곁에 있는게 왜 싫을까?'

그날의 눈물은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간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강렬한 붉은 황금빛.

그것을 품은 사람.

이것이 
당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뚜뚜뚜, 뚜뚜뚜뚜뚜-

뚜뚜뚜, 뚜뚜뚜-







달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