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드래사보] Lost star
#07. Maps - Maroon5
김스팸팸
2015. 9. 17. 02:47
강렬했는지 그날 이후 사보는 무대에 목 말라 했다. 당연히 그랬겠지. - 드래곤이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이었으니까. 아직 재대로 된 무대라는 것을 겪지 못한 사보가 무대에 대한 갈망을 얻길 바랬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노래에 열광하는 반응. 그래, 뮤지션은 그런것들을 먹고 사는 족속들이다. 그러니 맛 보여주고 싶었다. 드래곤은 사보를 가져야 할 것을 아직 맛 보지 못한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대단함을 아직 모른다. 그러니 알려주고 싶었다.
너는 빛나는 사람이란 것을.
"확실히 달콤한 노래를 많이 만드는 이유를 알았어요."
"애절한 노래도요.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동감이라는-"
"아, 이런 건 어떨까요?"
도시는 오랜만에 온 비구름 이불을 덮고 하루종일 울기만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디 나가고 싶지 않아요. 집에 있어요. - 저녁에는 드래곤의 단골 와인 바에서 잠시 노래 부르기로 한 것 빼고는 오늘은 하루종일 드래곤을 거실 소파에 앉혀놓고 새로 다시 열심히 만들어놓은 노래들을 선보인 사보는 다시 기타를 내려놓고 드래곤을 향해 재잘거렸다. 조잘 재잘 대는 것이, 자신이 들인 것이 사람인지, 아니면 종달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드래곤이 웃으며 사보의 머리에 커다란 손을 얹고 손가락에 걸리는 얇은 금실같은 머리칼을 마구 헝클였다.
"목관리부터 하자. 뭔가 마실텐데?"
"엣...아. 하긴. 벌써 다섯 시간째 이러고 있네요."
그제야 시계를 보인 사보가 멍한 얼굴로 드래곤을 올려보니 드래곤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삶엔 노래도 중요하지만 티 타임도 중요하지. 홍차? 커피?"
"아...음....주스."
"그러지. 티샌드위치?"
"오이요! 오이랑 참치 마요네즈!"
"알았다."
주방으로 사라지는 드래곤을 보며 사보는 소파에 털썩 누웠다. 평온하다. 이 사람과 있으면. 지금껏 누군가와 있으면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을, 맛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 그랬어. 평온, 평화. 이런 단어는 제 인생는 없을 줄 알았다. 삶은 언제나 압박과 경쟁으로 가득했고, 슈라이야와 함께 했던 생활을 처음에는 흥분과 설레임으로 가득했지만 그와 비례하게 실망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물론 20여년의 인생, 즐거움은 있었다. 그 작은 즐거움들과 그 기억들이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보에게 드래곤은 처음으로 맛보는 쉼터, 커다란 나무그늘과 다름이 없었다. 모르던 시절에는 아쉽지 않았던 감정들이, 알고 나니 목마르고 더 원하게 되듯, 자신이 드래곤에게 가지게 된 감정은 어쩌만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아직은 작았다. 그리고 연약했다.
드래곤은 결혼까지 했던 사람이다. 자신과 다르다. 그러니 들켜서는 안된다. 들키면 어색해질지도, 드래곤이 날아가버릴지도 몰랐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 갓 태어난 알과도 같은 이 감정을 따뜻하게 품고 싶었다. 깨어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그저 이런 따뜻한 설레임과 평온이, 이렇게도 달콤한 시간들을 그저 지키고 싶었으니까.
"자나?"
드래곤이 사보를 내려다 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사보는 정말로 울고 싶었다.
"왜그러나?"
"아, 아니에요. 아. 배고파서 그런가봐요."
사실은 당신이 날 보고 웃어주길 바래요.
나를 보고 웃고,
이마에 키스해주고,
따뜻한 그 품에 안겨,
당신의 그 품에서 노래부르고 싶어요.
"다 되었으니, 얼른 와서 들거라."
"....네."
그러나 말하지 않을거에요. - 오늘도 숨은 감정을 삼켰다.
가을은 벌써 훌쩍 지나, 시간은 한 가을까지 뛰어왔다.
***
"그래서 꼬맹이! 와인 한잔 더 할까블!"
"아, 진짜 긴장 안한다구요! 이정도 무대는 전에도 잘 올랐어요!"
"에헤이! 우리 바를 다른 바로 생각하면 곤란하블! 이래뵈도 현역 뮤지션이랑 음악관계자들 단골바란 말이지블!"
"그래도 긴장 안해요! 안 할거라고요!"
"그래, 그래! 이야, 근데 의외다블! 드래곤이 또 애를 키우다니블.."
"애라니!"
"애지? 그치, 드래곤?"
"애는 애지."
"아, 진짜 드래곤씨까지!"
사보가 빼액 소리지르자 자신을 이 바의 사장이라 소개한 이반코프는 웃으며 사보의 눈 앞의 잔을 채웠다. 애들은 역시 삐노 누아지. - 맑고 깨끗한 붉은 와인이 사보의 잔에 반쯤 차올랐다. 그에 비해 드래곤의 잔에 찬 것은 검붉은 피빛이었다.
"왜 나는 저거 안줘요?"
"애들이 마시는게 아니다블."
"치이..."
"마시기 쉬운 것부터 접근해야 실패를 안하는 것이다블. 작곡과도 같다블."
"와인이요?"
"그럼. 괜히 겉멋 들어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음악을 만들어봤자, 너같은 꼬마는 무리인거다블!"
"아, 진짜!"
이번에도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 삐친 고양이처럼 테이블에 늘어지는 사보를 보며 이반코프와 드래곤은 눈을 맞추며 웃었다. 완전히 아이를 놀리는 아저씨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그럼 잘 놀다 가라고~. - 이반코프가 자리를 비워주자 뾰로통한 사보를 웃으며 바라보던 드래곤이 말했다.
"공부해라."
"쳇. 나 그렇게 공부 못한건 아니었는데."
"그런거 말고,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
"와인도 공부하고, 다른 것도 공부하고, 오페라도 보러다니고 뮤지컬도 보러 다녀라. 전시회도, 박물관도, 미술관도. 그 모든 것들이 너를, 그리고 네 음악을 만드는 것이란다."
"....네. 같이 다녀 줄거죠?"
"...."
사보의 질문에 손을 우뚝 멈춘 드래곤이 가만히 사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지."
"...!!!!"
꼬맹이! 준비해라블!! - 이반코프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서는 사보의 얼굴을 보며 드래곤의 표정은 다시 짐짓 어두워졌다. 당황스러웠다. 왜 그 질문이, 같이 해줄 거냐는 그 질문이 당황스러운지 모를 노릇이었다. 당연히 그럴수 있는 것 아닌가. 전시회도 박물관도, 미술관도. 이제 막 티켓이 오픈된 오페라와 뮤지컬도. 그런데, 왜.
"저 꼬맹이가, 이번 이사장 자리를 거절한 이유냐블?"
"너의 이 바와 같은 존재인거지."
"...그래도 결국엔 피할수 없을거다블. 저 아이가 네 마지막 아이가 될거라블."
"그렇군."
"괜찮겠냐블?"
"그렇다면 어쩔수 없겠지."
"그렇게 저 아이가 눈에 밟혔나블?"
얼마전까지도 이사장이 되어달란 제안에 심드렁하지만 어느정도 납득하던 드래곤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못하겠다며 그 자리를 뛰쳐나가 뭘 하는 지 꽤 오랜시간 자리를 비우곤 어느새 옆에 끼고 온 것은 저런 소년이었다. 확실히 노래는 좋았고 가능성은 보였지만 날카로워보였다. 길고양이 같은 남자애와 길고양이 같은 음악. - 절대 쓸데없는 것에 쓰는 시간따위 허락할수 없다며 길길히 날뛰는 이반코프를 뒤로 하고 그는 인큐베이팅을 강행했다. 마치 보복처럼 이반코프는 드래곤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권한들을 막아버렸고, 이 두 이사의 기싸움에 직원들은 식은땀만 흘릴 뿐이었다.
"그러게. 왜 그랬을까."
"그래도...잔뜩 날 선 음악과 저 꼬맹이가 많이 부드러워진 걸 보니...뭐...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블."
익숙한듯 악기를 세팅하는 사보를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조금 긴장한듯 쭈뼛대는 모습이 아직은 애라는 생각이 들었고, 귀여웠다. 사보가 세팅을 겨우 다 마치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딸랑-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쪽을 돌아본 드래곤은 순간 굳어버렸다.
"오, 슈라이야 아니냐블."
".....여기, 단골이었나...?"
"아니. 요즘 제 회사 대표 따라 몇번 왔다블....드래곤?"
드래곤은 느리게 다시 사보가 있는 무대를 돌아보았다. 사보도 마치 얼어붙은 듯 막 들어온 슈라이야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슈라? 슈라? - 자신을 부르는, 아마 회사의 대표로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로 무시한 채 사보에게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울컥 - 마음에 괴이한 먹구름이 꼈다. 이 우연이 만든 비극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것은 사보였다. 잠시 눈을 감더니 정면으로, 다시 드래곤에게로 시선을 돌린 사보는 미소지었다. 괜찮다는 듯이. 걱정말라는 듯이. 그리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사보라고 합니다! 저 처음 보시죠! 헤헤...열심히 부르겠습니다. 저랑 놀아주실래요?"
그리고 빗소리가 섞여 들어오는 한가을, 그 저녁의 와인바에서 청년이 입을 떼었다.
"그럼, 첫번째 곡입니다!"
I miss taste of a sweeter life
I miss the conversation
I’m searching for a song tonight
I’m changing all of the stations
I like to think that, we had it all
We drew a map to a better place
But on that road I took a fall
Oh baby why did you run away?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times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nights
But I wonder where were you
When I was at my worst
Down on my knees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So I wonder where were you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I hear your voice in my sleep at night
Hard to resist temptation
Cause all these strangers come over me
Now I can’t get over you
No I just can’t get over you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times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nights
But I wonder where were you
When I was at my worst
Down on my knees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So I wonder where were you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Oh oh oh
Oh oh oh
Yeah yeah yeah
Oh oh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 darkest times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r darkest nights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 darkest times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r darkest nights
But I wonder where were you
When I was at my worst
Down on my knees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So I wonder where were you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I miss the conversation
I’m searching for a song tonight
I’m changing all of the stations
I like to think that, we had it all
We drew a map to a better place
But on that road I took a fall
Oh baby why did you run away?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times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nights
But I wonder where were you
When I was at my worst
Down on my knees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So I wonder where were you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I hear your voice in my sleep at night
Hard to resist temptation
Cause all these strangers come over me
Now I can’t get over you
No I just can’t get over you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times
I was there for you
In your darkest nights
But I wonder where were you
When I was at my worst
Down on my knees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So I wonder where were you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Oh oh oh
Oh oh oh
Yeah yeah yeah
Oh oh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 darkest times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r darkest nights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 darkest times
Oh I was there for you
Oh In your darkest nights
But I wonder where were you
When I was at my worst
Down on my knees
And you said you had my back
So I wonder where were you
All the roads you took came back to me
So I’m following the map that leads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to you
The map that leads to you
Ain't nothing I can do
The map that leads to you
Following, following, following
***
무대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대가 지속되는 두시간 동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사보에게 향했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무대가 맞았다. 실제로 사보가 무대를 끝내자마자 이반코프를 통해 사보가 누구인지 알아보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눈빛을 그대로 받아야 했던 드래곤과 사보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일이 풀렸음에도 두 사람은 아무말 하지 않고, 이반코프와 계획했던 뒷풀이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도 사보의 뒷모습에 고정된 슈라이야의 눈을 피해 도망쳐버린 것이다.
그리고 사보는 집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씻고나와 침실에 틀어박혔다. 문이 닫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드래곤은 그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술을 충분히 마셨다고 생각했음에도 결국엔 차갑게 칠링된 언더 록 잔을 들었다. 딸크랑- 커다란 얼음이 잔 한가운데를 빙글 돌았고 그 위로 호박색의 위스키가 떨어졌다. 그렇게 잠시 아무 말 없이 꼭 한잔이 비자 사보가 방문을 열었다.
"....."
"....."
"미안해요."
"....아니야. 미안하면 안 돼. 오늘 무대는 완벽했어."
"거짓말."
"....."
"내 첫 곡부터, 당신 마음에 안들었잖아요."
"......"
"그래요. 그 노래, 안 부르려 했는데...당신이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
"당신이 싫어하니까....안 하려 했는 데..."
"...."
"안 부르면 그 사람에게....다시는 닿지 않을 것만 같아서..."
발갛게 물들은 눈가에 다시 맑게 눈물이 맺힌다.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손이 먼저 움직였다. 전혀 다른 코드를 쥐었다. 눈을 떼려 했지만 떼지 못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이 이제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것도 자신은 무대 위에, 그는 무대 아래라니.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그래서 욕심이 먼저 움직였다.
"....미안해요."
"....아니야."
"거짓말."
"...."
"당신, 괜찮다고 말 못하잖아."
"....."
"미안해요....그런데...그런데요..."
드래곤 앞에 주저 앉은, 붉게 충혈된 사보의 눈이 드래곤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은 같이 자면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