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드래사보] 고귀, 그 이면의 심연
[드래사보] 고귀, 그 이면의 심연. #04. 그러므로.
김스팸팸
2015. 8. 20. 02:48
그 이후 혁명군은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많은 일선에 드래곤이 직접 서는 시간이 많아졌고, 꼭 나갈때는 아무도 데려가지않거나 이반코프만을 동행하곤 했는데,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전투에서 승리해서 돌아오곤 했다. 물론 이럴거면 처음부터 직접 뛰어들지 그랬냐는 안좋은 시선도 있었지만 드래곤은 더욱 더 혁명군 사이에서 입지를 다지며 영웅이 되어갔다.
"자, 보자."
"아..."
"이런.....흉터가 남았구나."
"괜찮아요. 진짜. 어차피 이미 많고..."
사보의 조금 차갑고 부드러운 피부에 드래곤의 뜨거운 손이 닿아 홧홧했다. 사보가 긴장의 숨을 삼키자, 새하얀 목 울대가 울렁 움직였다. 잠시 상처를 쓸어내리던 드래곤의 손가락이 사보의 목 끝을 더듬어 내려갔다. 그렇게 흘러 내려오듯 내려온 손가락이 쇄골에서 잠시 멈추더니 다시 손을 펴 목을 감쌌다. 차가웠던 사보의 피부가 금방 미지근하게 변했다.
"몸이, 차구나. 아직 열도 있는것 같고."
"아..."
"칼에 독이 묻어 있었다지. 이야기는 들었단다."
"괜찮아요! 이, 이쯤은-"
"이곳이 바람이 심하니, 당분간은 내 천막에 있으렴."
"그렇지만...!!"
"네가 불편하면 비워주겠다."
다친 사람을, 이렇게 찬 곳에 두면 회복도 더딘 법이지. - 내친김에 사보를 바로 데려가려는 듯 드래곤이 그대로 모포에 사보를 감싸 안아 올리자 사보가 깜짝 놀라 드래곤의 목에 팔을 둘렀다.
"으악, 깜짝야!"
"하하, 놀라는 소리가 남자답구나."
그렇게 다시 드래곤의 막사로 이동하며 사보는 저를 안고 태연하게 걸어가는 드래곤을 보았다.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은 아마도 달라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달라졌고, 이것은 드래곤이 홀연 자취를 감춘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진 드래곤이 변한 것이 문제인가?
그렇게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었다. 적어도 전보다 혁명군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했다. 비록 적에게 있어서는 가차 없어졌고, 더 과격해 졌으며, 전에 보이던 적에 대한 자비 없이 모조리 잡아죽이는 잔인함에 선득해지지만, 그 외에는 완벽한 리더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처음의 드래곤은 물론 공평한 리더였으나, 그 공평함이 적에게도 미치는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남에게도 엄격했고, 모든 이를 같은 잣대로 재는 사람이었다. 이 공평함에 끌리는 자도 있었지만 확실히 그것에 불만은 가지는 자도 적지 않았다.
"자. 앉거라."
"....드래곤씨."
마치 자신을 곧 깨질것 같은 유리 인형처럼 부드럽게 침대에 앉히는 드래곤을 사보는 다시 마주했다. 이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했다.
"사라지셨을때,"
"...."
"무슨 일 있으셨던거에요?"
"...."
"부상이 있던건 알고 있었어요. 꽤...큰 것 같다고 추측도 하고 있었구요."
"...."
"솔직히 드래곤씨를 믿지만...이 믿음 안에 불신이 있어요."
사보가 자책하듯 제 가슴에 손을 얹자, 드래곤이 그 사보의 손 위에 제 손을 가만히 얹었다. 평소와 변함없이 조금 거칠지만 크고 따뜻한 손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 목을 부드럽게, 마치 이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을 쓰다듬는 것 처럼 쓰다듬던.
그 손.
그 온기.
"확실히...그때의 일을 말하기는 힘들다만 달라진 것은 있단다."
"...."
"기억이 조각났고, 그로 인해 내가 많이 달라졌겠지."
"그게, 무, 무슨!?"
"크게 앓았고, 그 이후에 많은 것들을 잃었어. 나는 그것이 찾고싶단다."
"드래곤씨..."
"의심스러웠겠지. 그건 알고 있단다. 허나, 날 믿고 목숨을 걸었던 그 순간 처럼, 앞으로도 믿어주길 바란단다."
"...."
"그 전의 '나'와는 다른...부족한 면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그건 '널' 의지해도 괜찮겠니?"
"...."
"미안하구나. 허나, 이제 내가 의지할 곳은 '너' 뿐이란다. 사보."
아.
악마와 같은 뱀의 혀가 움직인다.
너무나 달콤한
'의지 할 곳은 너' 라는 그 말이.
"네...드래곤씨..."
"고맙구나."
심연이 고귀의 별을 품에 안는다.
고귀는 차마 아까워,
만지지도 못했던 그 보물을.
보아라.
이제는 내 것이다.
***
심연의 달콤한 밀어는 아이를 타오르게 만들었다. 사보는 보다 적극적으로 드래곤을 보좌했고, 그간 고귀가 했었던 일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짚어주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기억나지 않느냐 조심스레 물을 때는 조금 씁쓸하고 안타깝다는 듯 자조하며 미안하다 말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이쪽이 오히려 미안하다며 자신이 있으니 괜찮다는 기특한 말을 할 줄도 알았다.
그렇게 꽤 많은 밤을 함께 이야기 했다.
어떤 날은 자신의 어린 날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드래곤씨, 기억나요? 그날 말이에요. - 아. 이 사랑스러운 것을 옆에 두고 어찌 그 시간을 버텼을까. 아무리 이 작은 아이를 이용하겠다 덤볐어도, 결국 심연 또한 고귀와 같은 자 인지라 사보가 사랑스러운 것은 어쩔수 없었다. 이 사랑스러운 것이, 더 사랑받기 위해 기특한 이야기를 속삭이고, 끄덕인다. 조잘대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함께 하는 목욕시간에 언뜻 볼수 있는 잔근육 잡힌, 지금껏 옷가지로 꽁꽁싸매고 다녀 새하얀 몸도 아름답다. 어린 날의 비극이 할퀴고 갔다는 흉터들도 안타깝고 사랑스럽다. 웃음소리, 생각하는 모습, 우는 모습과, 품에 안겨 잠드는 그 순간까지.
한 순간도 사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다.
이 어린 것을 그대로 품지 않은 것은 그 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깝도록 소중하기 때문이며,
모든 인간에게 공평해야할 '대업'을 업은 '용'으로써 그 형평성이 어긋나기 때문일 것이다.
허나 그것은 '의무'와 '권리'를 업은 '고귀'의 이야기다.
비록 자신도 그 일부라 일부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절망을 파먹으며 자란 세월에 만든 힘도 있었지만,
고귀의 힘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허나, 그 말은 '고귀'가 할 수 없는 일을 '심연'은 할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래서 드래곤씨....드래곤씨?"
"....말하려무나. 사보."
"...아, 어...왜 그렇게 빤히..보세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보고싶기 때문이겠지."
"엣..."
이 아이를 사랑하는 일.
용은 한 번 반려를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분리했다.
독점, 애욕, 온갖 사랑스러운 것들에 대한 마음을.
또 새로운 인간을 만났을 때,
욕심내지 않으려고.
그렇게 분리 된 것은 자신이고,
그러므로 자신은 사랑하기 위해 분리된 자다.
"왜 일까."
"...뭐가요?"
"보고 있어도 이리 보고 싶어지는 이유."
그러므로
나는
"으어....드래곤씨 원래 이렇게 느끼한 사람이에요?"
"하하하."
널 사랑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