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드래사보] 고귀, 그 이면의 심연
[드래사보] 고귀, 그 이면의 심연 #01. 심연이 별을 찾아내기까지.
김스팸팸
2015. 8. 17. 13:23
고귀가 눈을 감을 때, 심연은 눈을 뜬다.
이것은 마치 등 뒤의 그림자, 동전의 양면, 뜨는 해와 지는 달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고귀는 영광스러운 존재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휴식은 필요했으므로 고귀가 휴식을 위해 눈을 감는 사이 심연은 눈을 떠 움직일 수 있었다.
허나, 눈을 뜨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심연이 가두어진 세상의 끝은 많은 용사들이 찾아왔다. 누군가 세상의 끝에 진리가 묻혀있다 소문을 냈기 때문이다. 심연은 가두어진 상태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많은 도전자들을 상대해야했다. 개중에는 고귀가 자신을 버리고 간 것을 아는 자도 있었고, 그가 그저 금은보화인줄 아는 자도 있었고, 이세상의 진리를 찾아 온 학자도 있었다. 그리고 심연은 그들을 공평하게 대했다.
죽음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이곳에 오기까지 함께 했던 것들을 구경했다. 걸치고 들고, 읽으며 온 많은 세상의 물건들. 그리고 심연은 그것들을 가지고 언젠가 제가 이 곳을 나가 세상에 날개를 펼칠때를 기대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그렇게 지낸 수많은 낮과 밤.
다시 눈을 떴을 때, 심연은 제 안에 일렁이는 불꽃을 찾아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자신이 아직 '고귀'와 함께 있을때 느꼈던 그 감각. 등에 업은 '대업'까지도 아무래도 상관 없어지던 그 감각. 사랑스러운 것을 찾아낸 환희에 어린 그 감각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심연은 그것이 아직 작은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깨어 있는 것은, 고귀가 그 사랑스러운 것을 피해 달아나 자신을 잠시 봉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복수의 여신이 있다면, 지금 심연의 등을 떠 미는 것은 아마도 그녀 일 것이다.
그리고 심연은 깨어나 준비를 했다.
지금껏 초라한 이 세상의 끝에서 언젠가 이곳을 떠나 드넓은 그곳으로 다시 나갈 그 꿈을 이룰.
봉인은 시간이 지나 그 힘을 다하여 쇠약해졌으니, 이제 그 이전보다 강해진 희망의 불꽃이 살아 있는 심연을 이길수 없었으니.
아.
이제야 말로 자유의 날개를 펼치리라.
세상의 끝에서 심연은 발걸음을 뗐다.
***
어찌보면 인간에 의해 비참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심연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심연도 인간을 사랑했다. 정확히 심연은 인간이 재미있었다. 눈 앞의 존재의 거대함을 알지 못하고 도전하는 자들. 그 불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것을 이 손으로 꺼뜨릴 때의 감각은 또 얼마나 황홀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도전하는 생물. 세상의 모든 생물은 용을 경배한다. 허나, 그러지 않고 도전하고, 경배하고, 저와 같은 선상의 존재라 여기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그것이 흥미롭다. 심연은 세상의 끝에서 나와 불꽃을 주인을 찾기 위해 여행하며 흥미로운 많은 인간들에게 고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럴 수 밖에. 고귀와 심연은 결국은 같은 존재라, 그 형상도 같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가 당연히 고귀일 것이라 여겨 말을 걸었다.
-어찌 여기에 계시나요.
-갑자기 행방불명 되셔서 '그'가 걱정이 많습니다.
-뭐, 저희와 다른 존재이시니, 생각도 다를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인간들은 너무나도 쉽게 고귀가 사랑스럽기 그지없어 차마 그 눈에 담지 못하고 숨긴 보물은 심연에게 내어주었다. 그 불꽃을 향해 찾아 떠난 적지 않은 낮과 밤이 지나고, 산속 깊은 곳에 다다랐을 때, 심연은 고귀가 숨겨 놓은 그 작은 불꽃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드래곤씨! 진짜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에요!!!"
하늘의 별을 따다 금으로 녹여 자아낸 듯한 반짝이는 금발. 곧은 의지의 눈빛이 자신을 보자 일렁인다.
아, 이것이었구나.
하늘을 지배하는 존재의 앞에서 빛나는 것.
심연은 기회를 얻었다.